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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 브랜딩 그리고 마케팅

설명이 필요한 제품, 설명을 콘텐츠로 만든 과정

by B터 Life 2026. 8. 3.
처음에는 제품 스펙을 정확히 정리해서 올리면 팔릴 거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설명이 필요한 제품을 설명 없이 팔 수 없었던 이유와, 그 설명을 콘텐츠로 바꾼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저는 유럽에서 청력보호 제품 브랜드를 한국에 독점으로 수입하고 유통하고 있습니다.

수입 초기 상세페이지를 만들 때는 스펙을 정확히 정리하는 데에만 집중했습니다.

감쇠율 몇 데시벨, 소재는 무엇, 인증은 어디서 받았는지를 표로 깔끔하게 정리하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정확한 숫자를 나열하는 것과, 그 숫자가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이해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었습니다.

마케팅에서는 이런 차이를 소비자의 '관여도'로 설명합니다. 생수나 껌처럼 큰 고민 없이 사는 저관여 제품과 달리, 자동차나 보험처럼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고관여 제품은 소비자가 구매 전에 정보를 훨씬 깊이 탐색합니다. 청력 보호 제품도 이 고관여 제품군에 가까웠습니다.


숫자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감쇠율 24데시벨"이라는 표기를 처음 봤을 때 그 숫자가 실제로 얼마나 조용해지는 건지 감이 오는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자신의 상황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더 궁금했던 겁니다. 스펙표만 올려둔 상세페이지는 정확했지만, 그 정확함이 곧바로 이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설명을 콘텐츠로 바꾸면서 달라진 것

그래서 숫자를 체감할 수 있는 비유로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24데시벨 감쇠"를 "도서관 안 정도의 소음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식으로 풀어서 설명하니, 같은 정보라도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를 다루는 여러 마케팅 자료에서도 교육형 콘텐츠와 전문가 의견 콘텐츠가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는 권위자로 자리매김하게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스펙을 나열하는 대신, 왜 이 스펙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콘텐츠로 바꾸는 과정이 곧 브랜드의 전문성을 보여주는 과정이라는 걸 뒤늦게 이해했습니다.

수영을 오래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착용 상황에서 겪는 문제(물이 스며드는 느낌, 압박감, 장시간 착용 시 피로도)를 구체적으로 풀어 쓰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였습니다. 스펙표에는 나오지 않지만, 실제로 써본 사람만 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었습니다.

그래도 남아 있는 균형의 문제

설명이 길어질수록 이해는 쉬워지지만, 동시에 읽는 사람이 이탈할 확률도 올라갑니다. 모든 문의에 대한 답을 상세페이지 하나에 다 넣으려 하다 보면, 오히려 핵심이 흐려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상세페이지에는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 위주로 압축하고, 더 깊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블로그나 별도 콘텐츠로 분리해서 연결하는 방식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될 분에게

스펙이나 인증처럼 객관적인 근거가 확실한 제품을 파는 분이라면, "정확하게만 쓰면 팔린다"는 착각을 한 번쯤 겪어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정확함은 신뢰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니었습니다. 그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의 언어로 다시 옮기는 작업이, 설명이 필요한 제품을 파는 사람에게는 스펙 자체보다 더 중요한 일이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출처

  • Big Red Jelly, "브랜드 인지도: 무엇을, 왜, 그리고 어떻게?" (2025)
  • 셀렉트애드, "제품 금액에 따른 마케팅방법: 고관여 제품, 저관여 제품에 따른 마케팅방법 완전분석"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