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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 브랜딩 그리고 마케팅

네덜란드 국가 브랜딩, 이름을 버리다

by B터 Life 2026. 8. 14.

네덜란드 국가 브랜딩 사례를 다시 읽었습니다.
25년간 써온 'Holland'라는 이름을 스스로 버린 이유,
그리고 커지는 것이 항상 답은 아니라는 역발상을 정리했습니다.


지금까지 이 시리즈에서 다룬 네 나라는 모두 같은 방향을 바라봤습니다.

더 많이 알려지고, 더 많이 방문받고, 더 크게 노출되는 것.

 

그런데 네덜란드는 2020년, 정반대의 선택을 했습니다.

25년 넘게 써온 익숙한 이름 'Holland'를 스스로 내려놓은 것입니다.

'국가 브랜딩'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는 이 역발상의 이유를 살펴보겠습니다.


이름 하나에 갇힌 나라

'Holland'는 사실 네덜란드 12개 주 가운데 노르트홀란트, 자위트홀란트 단 두 개 주를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 관광청이 해외 홍보 편의를 위해 이 이름을 나라 전체의 대명사처럼 써왔고, 그 결과 전 세계 사람들 대부분이 'Holland'와 '네덜란드'를 같은 말로 알게 됐습니다.

문제는 이 이름이 사실상 암스테르담이 있는 두 주만 대표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프리슬란트, 림뷔르흐, 헬데를란트 같은 다른 10개 주는 25년 동안 국가 브랜드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던 셈입니다.

커지는 것이 문제가 될 때

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2018년 1800만 명이었던 방문객 수가 2030년에는 29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암스테르담을 중심으로 한 특정 지역에 관광객이 몰리는 오버투어리즘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놀랍게도 네덜란드 관광청은 리브랜딩에 앞서 "더 이상 관광지로 적극 홍보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습니다.

이후 암스테르담은 홍등가 투어 금지, 관광세 인상에 이어 2023년부터는 아예 유흥 목적 방문객에게 "오지 말라"고 말하는 '스테이 어웨이' 캠페인까지 진행했습니다.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더 많은 채널에, 더 많이 노출되면 좋다'는 생각에 익숙해지기 쉽습니다.

그런데 네덜란드 사례를 보면, 노출이 늘어나는 방향과 브랜드가 실제로 원하는 방향이 어긋날 때는 오히려 노출을 줄이는 것도 전략이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소비하는 고객이 늘어나는 것보다, 맞는 채널에서 맞는 고객을 천천히 만나는 편이 결국 더 오래가는 선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버린다는 것도 브랜딩이다

이름을 바꾼 배경에는 이미지 문제도 있었습니다.

정부는 홍등가와 대마초로 대표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열려 있고 창의적이며 포용적인 나라'로 다시 자리매김하고 싶어했습니다.

2019년 10월 발표된 새 브랜드는 약 20만 유로를 들여 튤립을 추상화한 새 로고로 교체됐고, 정부 문서·대사관·대학 등 모든 공식 자료에서 'Holland' 대신 'the Netherlands'를 쓰도록 했습니다.

이 결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특히 축구 국가대표팀처럼 'Holland'라는 이름 자체가 오랜 팬덤을 가진 강력한 자산인 분야에서는 아쉬움이 컸고, 새로 나온 추상적인 튤립 로고 디자인을 두고도 SNS에서 적잖은 비판이 나왔습니다.

잘 알려진 이름을 버리는 데는 이렇게 눈에 보이는 반발이 따릅니다.

그럼에도 네덜란드는 익숙함보다 정확성과 지속가능성을 택했고, 그 판단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맺음말 — 다섯 나라를 정리하며

뉴질랜드는 하나의 슬로건을 25년째 밀고 나갔고, 아이슬란드는 국민 각자를 미디어로 세워 위기를 돌파했으며, 스위스는 신뢰를 법으로 못박았고, 르완다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무대에 나라를 새겼습니다.

그리고 네덜란드는 이 모든 흐름의 반대편에서, 익숙한 이름을 스스로 내려놓는 선택을 했습니다.

 

다섯 나라를 나란히 놓고 보면 결국 브랜딩이란 '무엇을 더할 것인가'만큼이나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가'를 계속 판단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이 다섯 가지 질문은 계속 되짚어볼 만한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출처

  • Forbes, "It's Netherlands, Not Holland: Dutch Government Decides" (2019)
  • Lonely Planet, "Why the Netherlands is dropping the nickname 'Holland' in 2020"
  • DutchReview, "Rebranding the Netherlands: Goodbye 'Holland'!"
  • AFAR, "Holland vs. Netherlands: What's the Difference?"
  • Yahoo News(CNN), "Why Amsterdam wants tourists to 'stay a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