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P 이어플러그의 브랜딩을 같은 업계에 있는 1인 수입 브랜드 입장에서 분석했습니다.
경쟁사이지만 배울 건 배우고, 자본으로 이길 수 없는 자리에서 어떤 방향을 택해야 하는지 정리했습니다.
같은 귀마개를 다루는 입장에서, LOOP는 솔직히 불편한 브랜드입니다.
경쟁사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과를 계속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조금 다르게 써보려 합니다.
경쟁사를 깎아내리는 글이 아니라, 배울 건 배우고 우리 자리를 다시 확인하는 글로요.
두 사람의 불편함에서 시작된 브랜드
LOOP는 2016년 벨기에의 마르턴 보드베스와 디미트리 오, 두 친구가 만든 브랜드입니다.
엔지니어 출신인 두 사람은 나이트라이프를 즐기다 공연 후 귀가 울리는 경험을 반복했고, 그때마다 쓸 만한 귀마개가 시중에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보호 기능은 그대로 두고, 디자인만 완전히 다시 접근한 것입니다.
2018년에는 미국 CVS, 유럽 자툰 같은 대형 유통망에 입점했고, 2023년 매출 1억 2650만 유로, 2024년에는 1억 9000만 유로까지 성장했습니다.
저 역시 브랜드를 시작할 때 비슷한 마음이었습니다.
시중에 마음에 드는 제품이 없어서 직접 찾아 들여온 것이 출발점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 이 정도 규모까지 간 사례를 보면, 시작의 마음가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됩니다.
위기가 오히려 확장의 계기가 됐다
LOOP에게도 위기는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클럽과 공연이 전부 멈추면서, 원래 타겟이던 파티족 수요가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창업자는 당시를 "2주 안에 돈이 떨어질 뻔했다"고 회상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이 위기에서 LOOP는 제품을 바꾸는 대신 설문조사로 새로운 사용자층을 찾아냈습니다.
소음에 예민한 사람들, ADHD·자폐 스펙트럼처럼 감각 과부하를 겪는 사람들, 집중이 필요한 직장인, 숙면이 필요한 사람들, 오토바이 라이더까지 — 원래 상상하지 못했던 시장을 하나씩 발굴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두 가지 생각이 듭니다.
하나는 위기를 제품 탓이 아니라 시장 재정의의 기회로 본 태도가 인상적이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런 대규모 설문과 시장 검증이 결국 자본과 인력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라는 현실입니다.
1인 브랜드는 이런 실험을 할 여력 자체가 애초에 많지 않습니다.
마케팅에 쏟아붓는 자본의 크기
여기서부터는 솔직히 비교 자체가 어렵습니다.
LOOP는 2025년 기준 연간 광고 예산이 8000만 달러를 넘고, 이는 전년도 매출의 약 35%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여기에 커뮤니티별 맞춤형 인플루언서 협업, 친구 추천 시 보상을 주는 리퍼럴 프로그램, 판매액의 15%를 지급하는 제휴 프로그램까지 다층적인 구조로 운영됩니다.
SEO에도 전담 조직을 붙여, 특정 기간 동안 유기적 매출을 두 자릿수, 많게는 세 자릿수 비율로 끌어올린 기록도 갖고 있습니다.
이 정도 자본과 조직력은 1인 브랜드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영역입니다.
여기서 같은 방식으로 싸우려 드는 순간, 승부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래서 결론은 'LOOP처럼 하자'가 아니라 'LOOP가 갈 수 없는 자리를 찾자'는 쪽으로 향합니다.
큰 브랜드는 넓은 사용자층을 확보하려다 보니, 특정 상황에 정말 깊이 파고든 전문성까지 챙기기는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저희는 그 틈을 콘텐츠로 메우려 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제품 소개보다, 특정 상황(예를 들어 특정 작업 환경이나 특정 활동)에서 왜 이 방식이 더 맞는지를 훨씬 좁고 깊게 설명하는 데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화려한 캠페인 대신, 실제로 써본 사람만 알 수 있는 디테일을 쌓아가는 것이 지금 저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승부수라고 생각합니다.
자본으로 못 이기는 싸움이라면, 자본이 굳이 신경 쓰지 않는 좁고 구체적인 자리에서 먼저 신뢰를 쌓는 수밖에 없습니다.
느리더라도, 그 신뢰가 결국 저희만의 자산이 될 거라고 믿고 지금 그 방향으로 계속 콘텐츠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맺음말
LOOP를 분석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건, 경쟁사를 인정하는 것과 경쟁사를 따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라는 점입니다.
규모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 힘을 쏟게 되고, 그렇다고 그 차이 앞에서 손을 놓아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저희가 갈 수 있는 자리는 LOOP와 다르다는 걸 분명히 알고,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계속 쌓아가는 것. 지금은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Bigblue Blog, "Loop earplugs from €0 to €126M: Targeting, Ads and Community"
- Creative Review, "How Loop got people to care about ear protection" (2024)
- Wikipedia, "Loop Earplugs"
- Global Brands Magazine, "Loop Earplugs: Revolutionizing Hearing Protection and Profit"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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