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브랜딩 사례로 생수 브랜드 리퀴드데스와 밀가루 브랜드 곰표를 비교했습니다.
파격과 촌스러움이라는 정반대 전략이 어떻게 같은 원리로 성공했는지 정리했습니다.

생수는 원래 특별할 것 없는, 어찌보면 지루한 카테고리입니다.
투명한 병, 맑은 물, 청량한 자연 이미지 — 어느 브랜드나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 뻔한 시장에서 해골 로고를 단 '죽음의 물'이 아마존 판매 1위에 올랐습니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는 68년 된 밀가루 브랜드가 맥주와 화장품을 내며 2030세대의 '인싸템'이 됐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서로 전혀 달라 보이는 두 브랜드, 리퀴드데스와 곰표를 통해 기발한 브랜딩의 공통 원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죽음을 파는 생수, 리퀴드데스
2017년 마이크 세사리오가 설립한 리퀴드데스는 '스트레이트 엣지', 즉 록 페스티벌을 즐기지만 술과 약물은 멀리하는 사람들을 겨냥했습니다.
생수를 헤비메탈 캔맥주처럼 디자인해, 검정 알루미늄 캔에 고딕체 로고와 해골 문양을 새겼습니다.
"갈증을 살해하라(Murder Your Thirst)"는 슬로건은 생수 광고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도발적인 문구였습니다.
그 결과 론칭 7년 만에 연 매출 3천억 원을 넘겼고, 아마존 생수 부문 매출 1위에 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이 파격이 무작정 튀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건강을 위해 물을 마시지만 밋밋한 이미지의 웰빙 마케팅에는 공감하지 못하던 록 팬이라는,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소비자층을 정확히 겨냥한 결과였습니다.
현재 필자는 유럽에서 청력보호 이어플러그 브랜드를 한국에 수입/유통하고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도 마찬가지로 모든 문구를 "막는 게 아니라 더 잘 듣게 해준다"는 하나의 원칙 아래 걸러내고 있는데, 파격의 크기는 다르지만 원칙을 명확히 세워두는 것 자체는 같은 방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촌스러움을 무기로 삼은 곰표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는 2018년 CGV와 손잡고 20㎏짜리 밀가루 포대에 팝콘을 담아 팔며 콜라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세븐브로이와 만든 곰표 밀맥주는 출시 3일 만에 첫 생산물량 10만 개가 동났고, 이후 2주에 300만 개가 팔리며 편의점 맥주 매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스와니코코와는 '곰표 밀가루 쿠션'을, 애경산업과는 치약을 만드는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콜라보를 이어갔습니다.
비슷한 시기 뉴트로 콜라보를 시도한 브랜드는 많았지만 대부분 반짝 화제에 그친 반면, 곰표는 2년 넘게 인기가 이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원조성'과 '연관성'을 꼽습니다.
곰표 팝콘은 밀가루 포대 디자인을 그대로 옮겼고, 맥주도 '밀맥주'로 만들었으며, 화장품도 밀가루처럼 하얗다는 콘셉트를 살렸습니다.
아무 제품에나 로고를 붙인 것이 아니라, '밀가루=곰표'라는 정체성을 매번 다른 방식으로 반복해서 보여준 셈입니다.
협업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이게 정말 우리 브랜드와 연결되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사례입니다.
두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점
리퀴드데스와 곰표는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하나는 정중함을 버리고 반항을 택했고, 다른 하나는 세련됨을 버리고 촌스러움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둘 다 파격적인 표현 아래에는 흔들리지 않는 하나의 축이 있었습니다.
리퀴드데스는 '스트레이트 엣지'라는 타겟과 '갈증을 죽인다'는 태도를, 곰표는 '밀가루'라는 원료 정체성을 어떤 콜라보에서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기발함은 정체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더 강하게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쓰였을 때 오래갔다는 것이 두 사례의 공통된 결론입니다.
맺음말
두 사례를 보면서 느낀 건, 파격이란 결국 브랜드가 원래 가진 것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리퀴드데스도 곰표도 없던 정체성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있던 정체성을 낯선 형태로 다시 포장했을 뿐입니다.
1인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화제성을 좇아 우리와 무관한 콜라보나 유행을 따라가고 싶은 순간이 자주 생깁니다.
하지만 두 브랜드의 사례를 보면, 기발함이 통했던 이유는 결국 브랜드가 지키는 원칙이 명확했기 때문이라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화제성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찾기 전에, 우리 브랜드가 절대 양보하지 않을 한 가지가 무엇인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처
- 롱블랙, "리퀴드 데스: '악마의 물' 마케팅으로 생수업계를 뒤흔들다" (2022)
- 비마이비, "#216 도발적인 컨셉을 잡아라, 리퀴드 데스" (2024)
- 시사저널, "'표곰이'가 '콜라보 괴물'이 됐다…'곰표' 콜라보의 성공 키워드" (2021)
- 더스쿠프, "뉴트로 브랜드 수두룩한데.. MZ세대는 왜 '곰표'에 열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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