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국가 브랜딩 사례를 다시 읽었습니다. 25년째 이어지는 하나의 슬로건이 어떻게 관광 강국을 만들었는지, 그리고 '완벽'을 약속한 대가로 어떤 논란을 겪었는지 정리했습니다.

브랜드를 오래 지켜본 사람들에게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는 이겁니다.
"메시지를 몇 년이나 바꾸지 않고 버틸 수 있는가."
뉴질랜드는 이 질문에 25년째 같은 답을 내놓고 있는 나라입니다.
'국가 브랜딩' 시리즈 1부에서는 이 나라가 어떻게 하나의 슬로건으로 관광 강국이 됐는지, 그리고 그 슬로건이 왜 계속 도마 위에 오르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국가도 브랜딩이 필요하다
국가 브랜드를 전략적으로 관리한 대표 사례로 가장 먼저 꼽히는 나라가 뉴질랜드입니다.
1999년 시작된 '100% 순수 뉴질랜드(100% Pure New Zealand)' 캠페인은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라는 가치를 세계에 알리며 해외 관광객과 와인 수출액을 크게 늘렸습니다.
2013년부터는 '뉴질랜드 스토리' 프로젝트로 확장해, 아름다운 자연뿐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이미지까지 더했고, 그 결과 해외 직접 투자 유입도 빠르게 늘었습니다.
1인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우리는 뭘로 기억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을 후순위로 미루기 쉽습니다.
당장 팔아야 할 물건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뉴질랜드 사례를 보면, 이 질문에 먼저 답을 정해두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슬로건 하나로 25년을 버티다
'100% Pure New Zealand'는 2024년 기준으로 25주년을 맞았습니다.
관광 캠페인의 세계에서 25년은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그사이 뉴질랜드는 로고를 새로 디자인하거나 캠페인 문구를 조금씩 다듬긴 했지만, '순수함(Pure)'이라는 핵심 메시지 자체는 한 번도 바꾸지 않았습니다.
뉴질랜드 국가 브랜드의 상징인 은색 고사리 로고 '펀마크' 역시 100년 넘게 이어져온 상징을 그대로 가져와 쓰고 있습니다.
크레센도를 운영하면서 저도 비슷한 유혹을 자주 느낍니다.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슬로건이나 문구를 자꾸 바꾸고 싶어지는데, 사실 문제는 메시지가 아니라 그 메시지가 쌓일 시간이 부족했던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뉴질랜드처럼 25년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한 문장을 몇 년은 밀고 나가 봐야 그 문장이 진짜 브랜드 자산이 되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는 걸 이 사례를 보며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완벽을 약속한 대가
'100% 순수'라는 표현은 강력한 만큼 위험한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캠페인이 알려질수록 "뉴질랜드가 정말 100% 순수한가?"라는 반문도 함께 커졌습니다.
2011년에는 BBC 시사프로그램 '하드토크'에서 당시 존 키 총리가 이 슬로건과 실제 환경 현실 사이의 간극을 두고 진행자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후로도 낙농업 확대에 따른 하천 오염 등 실제 환경 문제와 '100% 순수'라는 문구가 부딪힌다는 지적이 언론에서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저는 이 대목이 이 시리즈에서 가장 곱씹을 만한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정적인 문구는 짧은 시간에 강한 인상을 남기지만, 그만큼 오래 감시당하고 검증당합니다.
제가 수입하고 있는 브랜드 '크레센도'가 "소음을 차단한다"가 아니라 "소음을 저감한다"는 표현을 고수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더 세게 말할수록 순간의 주목은 커지지만, 그 말을 지키지 못했을 때 잃는 신뢰는 그보다 훨씬 큽니다.
뉴질랜드가 25년째 이 논란을 안고도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는 건, 완벽을 증명해서가 아니라 그 논란까지 포함해 계속 대화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맺음말
뉴질랜드 사례가 남기는 건 결국 두 가지입니다.
하나의 메시지를 정하면 오래 밀고 나가야 자산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메시지가 강할수록 훗날 더 엄격하게 검증받을 각오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은 브랜드일수록 자주 흔들리는 게 당연하지만, 그 흔들림 속에서도 놓지 않을 한 문장을 먼저 정하는 것이 국가든 개인 브랜드든 같은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처
- 다음뉴스(동아일보), "뉴질랜드 '은색 고사리'처럼...韓, 국가 브랜드 고민해야" (2024)
- Tourism New Zealand, "100% Pure New Zealand campaign celebrates 25 years" (2024)
- NZ Herald, "100% Pure New Zealand turns 25 - what's next?" (2024)
- stoppress.co.nz, "New Zealand's 100% Pure brand gets flamed by BBC"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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