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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 브랜딩 그리고 마케팅

브랜딩 아이디어, 파격과 촌스러움 사이

by B터 Life 2026. 8. 12.
기발한 브랜딩 사례로 생수 브랜드 리퀴드데스와 밀가루 브랜드 곰표를 비교했습니다.
파격과 촌스러움이라는 정반대 전략이 어떻게 같은 원리로 성공했는지 정리했습니다.

 


생수는 원래 특별할 것 없는, 어찌보면 지루한 카테고리입니다.

투명한 병, 맑은 물, 청량한 자연 이미지 — 어느 브랜드나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 뻔한 시장에서 해골 로고를 단 '죽음의 물'이 아마존 판매 1위에 올랐습니다.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는 68년 된 밀가루 브랜드가 맥주와 화장품을 내며 2030세대의 '인싸템'이 됐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서로 전혀 달라 보이는 두 브랜드, 리퀴드데스와 곰표를 통해 기발한 브랜딩의 공통 원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죽음을 파는 생수, 리퀴드데스

2017년 마이크 세사리오가 설립한 리퀴드데스는 '스트레이트 엣지', 즉 록 페스티벌을 즐기지만 술과 약물은 멀리하는 사람들을 겨냥했습니다.

생수를 헤비메탈 캔맥주처럼 디자인해, 검정 알루미늄 캔에 고딕체 로고와 해골 문양을 새겼습니다.

"갈증을 살해하라(Murder Your Thirst)"는 슬로건은 생수 광고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도발적인 문구였습니다.

그 결과 론칭 7년 만에 연 매출 3천억 원을 넘겼고, 아마존 생수 부문 매출 1위에 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부분은 이 파격이 무작정 튀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건강을 위해 물을 마시지만 밋밋한 이미지의 웰빙 마케팅에는 공감하지 못하던 록 팬이라는, 분명하게 존재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소비자층을 정확히 겨냥한 결과였습니다.

 

현재 필자는 유럽에서 청력보호 이어플러그 브랜드를 한국에 수입/유통하고 있습니다. 우리 브랜드도 마찬가지로 모든 문구를 "막는 게 아니라 더 잘 듣게 해준다"는 하나의 원칙 아래 걸러내고 있는데, 파격의 크기는 다르지만 원칙을 명확히 세워두는 것 자체는 같은 방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촌스러움을 무기로 삼은 곰표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는 2018년 CGV와 손잡고 20㎏짜리 밀가루 포대에 팝콘을 담아 팔며 콜라보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세븐브로이와 만든 곰표 밀맥주는 출시 3일 만에 첫 생산물량 10만 개가 동났고, 이후 2주에 300만 개가 팔리며 편의점 맥주 매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스와니코코와는 '곰표 밀가루 쿠션'을, 애경산업과는 치약을 만드는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콜라보를 이어갔습니다.

비슷한 시기 뉴트로 콜라보를 시도한 브랜드는 많았지만 대부분 반짝 화제에 그친 반면, 곰표는 2년 넘게 인기가 이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원조성'과 '연관성'을 꼽습니다.

곰표 팝콘은 밀가루 포대 디자인을 그대로 옮겼고, 맥주도 '밀맥주'로 만들었으며, 화장품도 밀가루처럼 하얗다는 콘셉트를 살렸습니다.

아무 제품에나 로고를 붙인 것이 아니라, '밀가루=곰표'라는 정체성을 매번 다른 방식으로 반복해서 보여준 셈입니다.

협업 하나하나를 볼 때마다 '이게 정말 우리 브랜드와 연결되는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사례입니다.

두 사례가 보여주는 공통점

리퀴드데스와 곰표는 방향이 정반대입니다.

하나는 정중함을 버리고 반항을 택했고, 다른 하나는 세련됨을 버리고 촌스러움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둘 다 파격적인 표현 아래에는 흔들리지 않는 하나의 축이 있었습니다.

리퀴드데스는 '스트레이트 엣지'라는 타겟과 '갈증을 죽인다'는 태도를, 곰표는 '밀가루'라는 원료 정체성을 어떤 콜라보에서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기발함은 정체성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더 강하게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쓰였을 때 오래갔다는 것이 두 사례의 공통된 결론입니다.


맺음말

두 사례를 보면서 느낀 건, 파격이란 결국 브랜드가 원래 가진 것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리퀴드데스도 곰표도 없던 정체성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있던 정체성을 낯선 형태로 다시 포장했을 뿐입니다.

 

1인 브랜드를 운영하다 보면 화제성을 좇아 우리와 무관한 콜라보나 유행을 따라가고 싶은 순간이 자주 생깁니다.

하지만 두 브랜드의 사례를 보면, 기발함이 통했던 이유는 결국 브랜드가 지키는 원칙이 명확했기 때문이라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화제성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찾기 전에, 우리 브랜드가 절대 양보하지 않을 한 가지가 무엇인지부터 정리하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처

  • 롱블랙, "리퀴드 데스: '악마의 물' 마케팅으로 생수업계를 뒤흔들다" (2022)
  • 비마이비, "#216 도발적인 컨셉을 잡아라, 리퀴드 데스" (2024)
  • 시사저널, "'표곰이'가 '콜라보 괴물'이 됐다…'곰표' 콜라보의 성공 키워드" (2021)
  • 더스쿠프, "뉴트로 브랜드 수두룩한데.. MZ세대는 왜 '곰표'에 열광할까"